아버지, 버린 딸이 중전입니다

1화 · 빼앗긴 정혼자

어두운 옥사 복도. 바닥에 끌리는 예복 자락만 횃불을 받는다 — 금·백 모란 자수.자락을 걷어 올리는 한 손.창살 너머, 묶인 채 앉은 중년 사내의 실루엣. 얼굴은 어둠. — 태식 "네가… 정말…"예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. 곧은 등.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. — 연화 "아버지."흰 여백. 가운데 작은 풍선 하나. — 연화 "버린 딸이,"검은 띠. — 한 달 전제목 — 아버지, 버린 딸이 중전입니다 1화 빼앗긴 정혼자. — 아버지, 버린 딸이 중전입니다 1화 · 빼앗긴 정혼자윤가 상단 전경. 기와지붕, 높은 돌계단 위의 사랑채, 아침 마당에서 일꾼들이 비단 필을 나른다. — 도성의 큰 상단, 윤가.작은 방, 새벽빛. 창호 옆에서 남색 도포를 바느질하는 연화. — 나는 이 집의 큰딸이다.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, 이 집의 바느질은 내 몫이 되었다.바느질 바구니 옆, 남색 장부 한 권. — 어머니가 남긴 건 바늘 한 쌈과, 장부 한 권.문을 열고 찻상을 든 솔이. 고개를 드는 연화. — 솔이 "아씨, 또 밤을 새우셨어요?" 연화 "혼례 때 입으실 도포야. 거의 다 됐어."작은 함에서 약조 비녀를 꺼내 드는 연화. — 정혼하던 날, 그가 준 약조 비녀.(회상 · 빛바랜 색) 은전 꾸러미를 미는 연화의 손, 눈을 내리깐 도윤, 상 위의 좁은 채권. — 그의 빚을, 내가 대신 갚은 날이기도 했다. 몇 해를 모은 품삯이었지만 아깝지 않았다. 내 사람이 될 이였으니까.문밖에서 허리를 숙인 하인(뒷모습). — 하인 "큰아씨, 주인어른께서 사랑채로 오시랍니다."비녀를 쥔 손을 가슴에 대고, 작게 기대하는 연화. — 드디어 혼례 날을 잡으시려나 보다.마당을 건너 높은 돌계단 위 사랑채로 향하는 연화의 뒷모습(로 앵글). — 아버지는 늘, 저 계단 위에 계셨다.계단 옆에 쌓인 혼수 함들 — 붉은 보자기, 비단 필. 나르는 하인들. — 혼수…? 내 것은 아직 짓지도 않았는데.사랑채 문고리에 닿은 손. 안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. — 후훗열린 문. 밝은 사랑채 안, 바짝 붙어 앉아 손을 잡은 도윤과 채령. 문간의 연화는 어두운 전경의 어깨뿐.도윤 얼굴. 미리 준비한 문장, 눈은 연화를 피한다. — 도윤 "내 신부는, 이 사람이오."비녀를 움켜쥐는 연화의 주먹.연화 정면. 울지 않는다. 마른 목소리. — 연화 "언제부터였어요?"도윤의 팔에 몸을 붙인 채령. 달콤한 웃음. — 채령 "처음부터 날 원했어."닫힌 창호에 비친 아버지의 그림자 — 문밖의 목소리. — 태식(문밖) "채령의 혼수도 다 준비했다. 축하해라."문 쪽으로 눈만 돌린 연화. 깨달음. — 아버지는 알고 계셨다. 마당의 혼수는, 처음부터 채령의 것이었다.문을 보지 않고 말하는 연화. '축하요'에서 갈라지는 목소리. — 연화 "제 혼인을 바꿔 놓고, 축하요?"(손) 연화의 주먹 위로 뻗어 오는 채령의 손 — 꽃머리를 잡는다.(손) 한 번에 낚아챈다. 끌려갔다 빈손으로 튕겨 돌아오는 주먹. — 홱귀 위에 비녀를 꽂고 토닥이는 채령. 만족한 미소. — 채령 "언니가 양보하면 되잖아."빈 오른손을 내려다보는 연화. — 양보. 이 집에서 그 말은, 늘 나에게만 돌아왔다.한 걸음 다가선 연화. 고개를 돌린 도윤. — 연화 "제 눈을 보고 말하세요."연화 정면 전신에 가까운 컷. 질문이지만 끝을 올리지 않는다 — 심문. — 연화 "제가 갚아 준 빚도, 혼인 약속도 잊었습니까?"채령의 손을 놓지 않은 채 턱에 힘이 들어간 도윤. 변명. — 도윤 "채령과 혼인해야 집안을 살리오."계산을 이해한 연화. 마른, 거의 웃음기. — 아버지의 재산은 채령을 따라간다. 내게 올 몫은, 처음부터 없었다. 연화 "결국, 사람보다 재산이군요."눈을 내리깐 도윤. 이미 끝난 일을 정리하는 사람. — 도윤 "이해해 주시오."(손) 천천히 펴지는 빈 손바닥. — 비녀가 있던 자리가 비었다. 이상하게도, 손이 가벼웠다.선언. 문에서 들어오는 빛을 등진 연화. — 연화 "그럼 오늘, 저도 서방을 고르겠습니다."미소가 완전히 멎은 채령. 비녀를 만지던 손이 굳는다.문을 열고 나가는 연화의 등. 쏟아지는 빛.윤가 대문 밖 담벼락. 늦은 오후의 볕. 남루한 사내가 담에 기대앉아 있다가 소리 난 쪽으로 고개를 든다. — 같은 시각, 윤가 대문 밖먼지 묻은 옷깃 안, 목끈에 걸린 작은 옥 고리.고개를 든 사내의 눈. 거지의 눈이 아니다. — 그때는 몰랐다. 담벼락 아래의 그 사내가, 누구인지.끝 카드. — 1화 끝 다음 화 — 사람은 가져, 빚은 갚고

1화 · 빼앗긴 정혼자 끝

다음 이야기2화 · 사람은 가져, 빚은 갚고전체 회차 보기